KBS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둘러싸고 보수세력과 진보세력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입니다. 보수세력에서는 정연주사장을 낙마시켜야 할 대표주자로 찍어놓고 연일 온갖 방법을 동원해 파상공격을 펴고 있습니다.
반면 반 이명박 세력에서는 KBS가 무너지면 본격적인 방송장악이 시작될 것이라고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KBS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가진 KBS이사회의 이사인 신태섭 동의대 교수님이 교수직에서 해임당한 일이 지난 20일 발생했습니다.
그 뉴스를 읽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KBS이사회에서 언론개혁단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신태섭 교수님을 몰아내기 위해 정말 이 정부가 별 치졸한 짓을 다한다는 분노가 가장 먼저 가슴을 때렸습니다.
신태섭교수님과 저는 구면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동의대를 나온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느 곳에서 만났을 지 궁금해하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신태섭 교수님을 알게된 건 제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인턴간사로 일하게 되면서입니다.
지난 2004년 아는 지인분의 소개로 들어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약칭민언련)은 언론개혁을 위해 지난 80년대부터 활동해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언론개혁시민단체입니다.
지난 군사독재시절 진보적 지식인들의 빛이었던 '말'지 창간을 한 단체. 국민의 손으로 만들어진 '한겨레'신문을 탄생시킨 산파. 그리고 90년대부터 외로이 조중동에 맞서 언론개혁운동을 펼쳐온 한국 언론운동의 역사. 그곳이 바로 민언련입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그 단체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언론을 바로 보는 법. 그리고 언론의 프리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각을 갖는 법. 한국 사회에서 잘못된 언론이 끼치는 해악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렇게 배운 지식들은 지금 이시간까지 저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어 있습니다.
그 단체에서 저는 신태섭 교수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서대문 민언련 사무실에서 처음 뵌 신태섭 교수님의 인상은 한마디로 '동네 옆집 아저씨'였습니다 ㅡㅡ;;
처음에는 그 분이 민언련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던 유명한 언론개혁학자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그저 민언련 회원으로 있는 아저씨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교수라는 이름을 어깨에 올린 채 이유 없는 우월감으로 가득찬 교수들의 모습에 익숙했던 저에게 반 쯤 벗겨진 머리를 한 채 웃으면서 한 손에 붕어빵을 들고 오던 신태섭 교수의 모습은 너무나 낯선 모습이었습니다.
같이 있던 다른 간사 선배분들에 의해 그 분이 신태섭 교수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헐레벌떡 인사를 하는 저에게 웃으면서 "새로 온 인턴인가?"라고 인사해 주던 그 분의 넉넉한 모습을 저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 이후에 그분이 쓰신 수많은 언론개혁에 관한 글들과 방통융합에 대한 글들을 읽으면서 그분의 넓은 지식에 감탄했고, 또한 흔들리지 않는 신념에 대해 감복했습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한 없이 부드러운 아저씨였지만 그는 그 마음 속에 강한 언론 개혁 의지를 가지고 머리에는 풍부한 언론학 지식을 가지고 있던 한 명의 멋진 학자였습니다.
민언련 인턴을 그만둔 이후에도 민언련 소식지를 통해 그의 글을 보았고 KBS 사외이사로 언론시민단체를 대표해서 들어가 언론개혁진영의 목소리를 현장에 반영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그의 이야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습니다.
그런 그가 지금의 이명박 정부와 보수언론에게는 얼마나 눈의 가시였을까요? 조선일보 접근 불가를 단체의 정문에 걸어놓고 있는 민언련의 대표까지 맡았던 그가 조중동입장에서는 얼마나 쳐내고 싶은 대상이었을까요?
그에 대한 보수 언론의 갖은 음해 보도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자신이 물러나게 되면 한나라당 성향의 인사가 선임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힘들게 지켜온 KBS의 공영권은 정연주 사장의 퇴임과 함께 꺾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보수세력의 공격은 정말 집요하고 비열하군요. 흔들다 흔들다 안되니까 2년가까이 된 KBS이사 선임을 가지고 그의 생계수단을 박탈해 버리는 행동을 취하는군요.
교수님...
참으로 힘드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그러한 탄압에 굴하지 않을 교수님이라는 것을 전 믿고 있습니다. 교수님 힘내시길 바랍니다. 교수님의 등 뒤에는 수 많은 양심적인 시민들이 서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중의 하나로 저 또한 항상 서 있을 것임을 다짐드립니다.


















